유이항 어협 직영 하마노 카키아게야
유이 어항 부두에 자리한 어협 직영 식당이다. 젓가락을 대면 경쾌하게 부서지는 얇은 튀김옷 속에서 통째로 튀겨진 분홍 벚꽃새우의 바삭한 감미가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스루가만의 분홍 루비와 후지산 지하 복류수가 키운 와사비, 백 년의 숯불 향이 깃든 하마나호 장어를 탐구하는 장편 미식 모노그래프

스루가만은 해안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수심이 급격히 떨어져 최심부 2500미터에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깊은 만이다. 이 해역의 비범함은 영봉 후지산과 거대한 심해가 하나의 시야에 담길 정도로 가깝다는 데 있다. 후지산에 내린 눈과 비는 다공질 현무암층을 수십 년 동안 통과하며 섭씨 13도의 맑은 복류수로 솟아나 심해의 벚꽃새우와 계곡의 와사비를 길러낸다.
지도로 스루가만을 바라보면 바다가 잔잔히 육지 품으로 들어온 듯하지만 그 수면 아래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지형이 펼쳐진다. 좁은 대륙붕을 지나자마자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로 급락하는 스루가 트러프가 형성되어 있다. 머리 위로는 후지산이 솟아 있고 발밑 해안 바로 앞에는 심해가 펼쳐져 있기에 시즈오카의 미식을 이해하려면 입체적인 지형 단면도가 필요하다.
일본 요리에서 산과 바다의 진미는 자주 회자되지만 시즈오카에서는 산과 바다를 잇는 물의 여정 자체가 최고의 미식이다. 후지산 기슭의 용암층, 아베강 상류와 이즈의 숲이 키운 차가운 복류수는 계곡의 자갈밭에서 와사비를 키우고, 바다로 흘러든 영양염은 벚꽃새우와 멸치 치어를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의 미식 기행은 밤바다에서 벚꽃새우를 건져 올리는 유이항에서 출발하여 17세기 와사비 재배가 시작된 우토우기와 이즈의 계곡을 지나, 100년 넘는 숯불 연기가 깃든 하마나호의 장어구이를 맛보고, 칠흑 같은 육수가 끓어오르는 시즈오카 시내의 오뎅 골목으로 이어진다.
유이항의 밤은 썰물과 바람, 그리고 해양 자원을 보호하려는 어부들의 냉철한 판단 속에서 시작된다. 벚꽃새우는 낮에는 수심 200에서 300미터 깊은 층에 머물다 밤이 되면 플랑크톤을 따라 얕은 층으로 부상한다. 이 섬세한 생태를 포착하는 어로와 다음 날 후지카와 강변에 붉게 펼쳐지는 건조 작업은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장관이다.

일본에서 벚꽃새우 어업이 공식 허가된 곳은 스루가만이 유일하다. 새우 몸에 수많은 발광기를 지니고 있지만 어부들은 불빛 대신 어군탐지기와 두 척의 배가 끄는 망으로 어군을 섬세하게 건져 올린다. 엄격한 조업 기간과 쿼터제를 통해 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내고 있다.

훌륭한 사쿠라에비 카키아게는 두꺼운 밀가루 덩어리에 새우를 가두지 않는다. 물기를 뺀 새우에 덧가루를 살짝 입힌 뒤 차가운 튀김 반죽을 얇게 엮어내듯 기름에 띄운다. 섭씨 175도의 기름 속에서 수분이 순간적으로 기화하며 껍질의 고소함과 속살의 단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시즈오카의 진짜 와사비를 논할 때 가공된 녹색 튜브 와사비의 강한 자극만을 떠올려선 안 된다. 아베강 상류의 우토우기와 이즈의 계곡에서 17세기부터 재배되어 온 혼와사비는 사시사철 섭씨 13도를 유지하는 차가운 용천수가 자갈밭 사이를 쉬지 않고 흐르는 곳에서만 자란다.

메이지 시대에 완성된 다타미이시식 와사비밭은 큰 바위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잔자갈과 굵은 모래를 층층이 쌓아 올린다. 물이 표면뿐 아니라 자갈층 내부를 통과하며 뿌리에 신선한 용존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잡균 번식을 막아 흙이나 화학비료 없이 순수한 물만으로 식물을 성장시킨다.

혼와사비의 매운맛은 식물 세포 속에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상어 가죽 강판 위에 힘을 빼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갈아내면 시니그린과 미로시나아제 효소가 결합하여 비로소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아로마가 피어오른다.
하마나호는 태평양의 조수와 내륙의 강물이 만나는 광대한 기수호다. 메이지 시대 일본 양만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이 호숫가에서는 장어를 등 쪽으로 갈라 쪄낸 뒤 굽는 도쿄식과 배 쪽으로 갈라 직화로 굽는 오사카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장어 손질 3년, 꼬치 꿰기 8년, 굽기는 평생의 수련이다”
— 하마마쓰 장어 직인 구전

시즈오카의 장어 명점들은 가벼운 찜 과정을 거쳐 육질의 결을 부드럽게 만든 뒤 최고급 기슈 비장탄의 고온 숯불에서 겉면을 바삭하게 구워낸다. 한입 베어 물면 숯불 향이 번지며 혀 위에서 살점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오랜 노포의 타레 소스는 단순한 간장이 아니다. 수만 마리의 장어가 양념통을 드나들며 배어 나온 풍부한 기름과 양조 간장, 미림이 어우러져 깊고 윤기 흐르는 감칠맛의 정수를 완성한다.
시즈오카의 테루아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대표 미식 명소 5곳을 엄선하여 안내한다.

유이 어항 부두에 자리한 어협 직영 식당이다. 젓가락을 대면 경쾌하게 부서지는 얇은 튀김옷 속에서 통째로 튀겨진 분홍 벚꽃새우의 바삭한 감미가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온다.
하마마쓰역 인근에서 1907년부터 가업을 이어온 명점이다. 지하 우물물에서 하룻밤 해감한 최상급 장어를 기슈 비장탄 숯불 위에서 정성스레 구워내어 부드러운 육질과 깊은 양념 맛을 선사한다.
모치무네 어항 눈앞에서 갓 건져 올린 멸치 치어를 맛보는 곳이다. 투명한 빛깔의 생시라스는 특유의 톡 터지는 탱글탱글한 식감과 은은한 바다 단맛을 자랑한다.
일본 3대 옥로차 산지로 꼽히는 후지에다 아사히나 계곡에 위치한 유서 깊은 다실이다. 낮은 온도의 물로 우려낸 첫 찻물은 마치 진한 감칠맛 육수를 머금은 듯 깊고 풍성한 아미노산의 정수를 보여준다.
붉은 홍등이 늘어선 아오바 오뎅 골목의 정겨운 선술집이다. 수십 년간 끓여온 검은 육수가 소 힘줄과 뼈째 간 생선어묵 쿠로한펜에 깊숙이 배어들어 있으며 정어리 가루와 파래김을 듬뿍 뿌려 먹는다.

현지 식재료 본연의 향미를 온전히 이끌어내기 위해 식탁 위에서 지켜야 할 품격 있는 식사 작법을 정리한다.

간장에 와사비를 풀면 알릴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 휘발성 향기 성분이 액체 속에서 흩어진다. 음식 위에 살짝 얹어 입에 넣을 때 비로소 달콤하고 청량한 향이 비강을 채운다.
멸치 치어는 매우 연약하여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빠져나가며 탄력이 떨어진다. 항구 직영점에서 당일 아침에 수복한 생시라스 특유의 탱글탱글함을 즉시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튀김 전체를 텐쯔유 간장에 푹 담그면 얇은 껍질의 바삭한 결이 눅눅해진다. 소금을 살짝 찍어 먹어야 새우 껍질 자체의 고소한 풍미와 단맛이 극대화된다.
진한 소고기 육수를 머금은 오뎅에 말린 정어리 파래 가루의 감칠맛과 연겨자의 톡 쏘는 자극이 교차하며 완벽한 맛의 균형을 이룬다.
사쿠라에비 어기는 봄철 3월 하순부터 6월 상순, 가을철 10월 하순부터 12월 하순이다. 시라스는 3월 하순부터 1월 중순까지 어획되므로 4월과 5월, 혹은 11월에 방문하면 두 진미를 모두 최고의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줄기 밑동 쪽부터 껍질째 상어 가죽 강판에 대고 힘을 주지 않은 채 부드럽게 작은 원을 그리며 천천히 갈아낸다. 세포벽을 곱게 부수어 산소와 접촉시킬 때 매운맛과 단맛이 정점에 달한다.
하마나호 장어는 맑은 지하수 우물에서 잡내와 진흙 냄새를 완벽하게 빼내는 엄격한 수질 관리와 백 년 전통의 타레 소스, 그리고 겉바속촉 숯불 기술에서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유이에서 하마마쓰에 이르는 도카이도 미식 여정은 후지산의 차가운 눈 녹은 물과 태평양 심해가 빚어낸 경이로운 대자연의 선물이다.

신칸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후지산의 웅장한 능선과 푸른 차밭, 하마마쓰의 숯불 향기, 계곡의 아침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던 생와사비의 싱그러운 향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항구의 조업 상황에 여유를 두고 차분히 거닐어보세요.
해저 해구에서 영봉 정상까지 6000미터가 넘는 엄청난 표고차가 유례없는 수온과 풍부한 미네랄을 품은 식재료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섬세한 작은 해산물들은 시간 경과에 따라 풍미가 급변하므로 현지 항구 바로 앞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보적인 맛의 정점이 존재한다.
순수한 복류수와 정교한 마찰 기법이 어우러져 단순한 매운맛이 아닌 고결한 단맛과 향기를 선사하는 혼와사비의 진수를 보여준다.
동서양의 조리법이 교차하는 장어구이와 서민들의 온기가 서린 골목 선술집이 시즈오카 음식 문화의 깊은 내공을 입증한다.
시즈오카현 수산해양기술연구소 공개자료, 유이항 및 모치무네 어업협동조합 공식 기록, 우토우기 와사비 역사 사료, 하마나호 양만어업협동조합 아카이브.

캡틴 포코가 수심 2500미터의 해양 심연과 후지산 용천수가 빚어낸 도카이도의 미각 회랑을 탐험한 특별 기록.